여러분은 유별나게 애정을 쏟는 물건이나 취미 등이 있으신가요?
남자라면 멋진 자동차나 시계, 스니커를 좋아해서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거나 여자분들 중에는 가방, 구두, 액세서리, 화장품 등을 좋아하는 분도 많이 계실 겁니다.
제 블로그 사진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이미 눈치를 채셨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예쁜 가방'을 아주 좋아해요.
'예쁜 가방을 들고 멋진 옷차림으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 되는 것'
언제부터인가 제 안에서 이런 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제가 입시학원에서 만난 선생님들 중에는 예쁜 가방을 든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원래 지방에서 살던 저는 명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주변에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런데 서울에 올라오자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종류의 명품 가방이 있구나'를 알게 되었고 마치 신세계를 만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당시 토리버치가 유행하고 있었는데 에나멜 소재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장식되어 있는 토트백을 흔히 볼 수 있었어요.
퍼플색 토리버치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강의를 하던 학원 선생님을 보면서 '와, 멋지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멋진 가방을 들고 일해야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통역사 지망생인 저는 예쁜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통역사 선생님들을 동경하고 또 동경했습니다..

3년간의 재수생활을 하는 동안 저는 화장하지 않은 생얼에 운동화, 청바지, 티셔츠 차림으로 다녔습니다. 모든 에너지와 정신을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시키기 위해서 공부 외에는 관심을 끊고 지냈던거예요.
하지만 통대에 합격하고 나서는 '대학원 생활만큼은 즐기면서 하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대학원생이 되자 일본어 과외와 통역 알바 등의 소개가 들어와서 얼마간의 용돈을 벌 수 있게 되었거든요. 대학원 조교로 일하면서 장학금도 받았기 때문에 예전보다 생활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들고 다닌 가방은 인터넷에서 열심히 검색해서 찾은 3~4만 원대의 저렴한 가방들이었어요. 열쇠고리를 달거나 참을 구입한 다음 매니큐어로 알록달록하게 색칠해서 장식하는 등 저만의 방식으로 가방을 꾸미기도 했습니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아침에 가장 일찍 등교해서 스터디룸에서 공부를 하면 얼마나 기분이 상쾌한지 모릅니다.
1학년 2학기부터는 학기 말에 예정된 전공 구분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매일 강의가 끝난 뒤 혼자 남아서 공부를 했어요. 모두가 하교한 텅 빈 통역 부스실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새 창밖이 어둑 어둑 변해 있곤 했답니다.
밤 10시쯤 순찰하던 경비원 아저씨가 '학생 이제 그만 불 꺼야 하니까 집에 돌아가요'라고 할 때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 생활이 재학 시절 내내 이어졌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에 처음으로 직장이라는 걸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미 나이는 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난생처음 직장인이 되어서 출근하는 일상은 가슴 벅찰 정도로 두근대는 일이었어요.
입사 기념으로 구입한 핑크색 가방은 당시 제 돈으로 구입한 물건 중에서 가장 비싼 던 걸로 기억합니다. 중저가 브랜드의 가방이었지만 저한테 만큼은 고가의 물건이었답니다 :)
첫 직장을 퇴사한 후에는 정부기관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후쿠오카에서 생활하면서 근무했는데 매일 아침 외교부에 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무척 컸어요.
모든 것이 서툴기만 했던 저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좌절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번 달도 그만두지 않고 잘 버텨줘서 고마워'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가방을 샀습니다 :)

몇 해전 일본으로 건너오기 전에 나에게 주는 선물로 가방을 구입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로 이번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저는 대학원을 졸업할 때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1. 한국 대기업에서 근무하기
2. 정부 기관에서 일하기
3. 일본 IT기업에서 근무하기
첫 번째와 두 번째 목표는 너무도 감사하게도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할 수가 있었지만, 세 번째 목표는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어요.
'이제 그만 포기해야 하나' 기다리다 지쳐가던 중에 드디어 기회가 왔어요! 그토록 염원하던 회사의 면접을 보게 된 것입니다.
1차, 2차, 3차 면접을 치르는 몇 개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이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마음 졸이는 나날을 보냈어요.
3차 면접이 끝나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날,
문득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붙고 말겠다'라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기도 전에 마음속으로는 '이미 나는 합격했어'라는 확신을 가지고 나에게 줄 선물을 구입했어요.
다행히 저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는지 무사히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고, 약 두 달 후에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어요.
처음 출근하던 날 아침, 미리 준비해둔 가방을 들고 기쁜 마음으로 야마노테센 전차를 타고 신주쿠 오피스로 향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실 저는 명품 백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디자인이 마음에 들기만 한다면 고가의 가방이 아니어도 좋아합니다.
최근에 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성공한 여자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창업해서 활약하는 비즈니스 우먼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제 마지막 위시 리스트는 "핑크색 버킨백"으로 정했어요.
언젠가 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고가의 백을 구입해도 될 만큼의 경제적인 재력을 갖추게 된다면 그때 버킨백을 구입해서 열심히 노력한 저에게 선물해 줄 생각이에요.
여러분의 위시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여러분들도 꿈을 성취한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라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통역사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역사 생각】 질투가 힘이다♡ ("일본 도서 추천") (4) | 2025.04.09 |
---|---|
【통역사 생각】 험담을 하면 안 되는 이유 ("지금 니 얘기 중") (2) | 2025.03.26 |
【일본어 통역사】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 ("부총영사님 이야기") (0) | 2025.03.11 |
【통역사 생각】 내가 만난 멋진 직장 동료 ("태양처럼 빛나는 사람") (2) | 2025.03.03 |
【통역사 생각】 꿈을 이루는 가장 쉬운 방법 ("노트에 쓰면 꿈이 이루어지는 이유") (3) | 2025.01.25 |